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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Finance - Archive

37. Image Over Substance

by cameraman2k 2016. 1. 29.

"Image over substance" 혹은 "Form over matter" 라는 phrase 는 여기저기에서 쉽게 들을수 있다.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고, 틀렸는지 아닌지 깊이 생각을 안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문구를 많이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어쩌면 내가 써오고 있는 이 블로그의 중심에 이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image 와 substance 사이에서 열이면 열 substance 를 선택하는게 맞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에 너무나 쉽게 substance 보단 image 나 form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는 videography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Full-time 으로 일하면서 가끔씩 extra income 을 위해서 해왔던 일이지만, 10년이상을 하면서 장비도, 실력도 upgrade 해오다보니 나름 비즈니스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activity 가 있게 되었고, 지난 반년동안은 이 비즈니스만으로 버텨왔다. 여러종류 다양한 일이 하나하나씩 늘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웨딩비디오이다. 웨딩비디오 문의를 받으면 결혼을 앞둔 커플과 만나서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꼭 빼놓지 않고 하는 얘기들이 몇가지 있다. 


1. Wedding is a celebration.  You must enjoy every moment of it. 

많은 커플들이 웨딩준비과정부터 결혼 당일날이 다 끝날때까지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걸 보기도 한다. 뭐가 준비 안된건 없는지, 순서 하나하나마다 부드럽게 진행이 될건지,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이 내 일생에서 최고로 이쁘게 된건 확실한지, 등등. 결혼식날에 스트레스로 인해 표정이 어두워 있는 것만큼 안타까운게 없다. 그 날은 두 사람이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는 기쁨의 날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축하를 받고, 먹고 웃으며 잔치를 벌이는 날이다. 그냥 너무 기뻐서 즐거워하면 되는 것이고, 두고두고 되돌아보고 싶은 날이기 때문에 한순간 순간을 enjoy 하고 cherish 하면 된다. 


2. You must think more about the life after the wedding, and not too much about the wedding day.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두 사람이 뭔가 하나를 위해 같이 마음을 합해서 준비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즐기고 서로에 대해서 더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웨딩 그 자체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웨딩은 길어봤자 반나절이고, 그 후로 가정을 이루어 살 날은 5-60년인데 그 반나절이 더 중요한것처럼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것 아닐까. 심지어 마음이나 생각뿐 아니라 돈을 쓰는 것에 있어서도 웨딩에 쓰는 돈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눌 뿐 새 가정의 재정 목표나 budgeting 에 대해선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채로 결혼하는 커플들도 많다. 


3. Don't turn your wedding into a model photo session.  

나도 사진 찍는걸 좋아하고, 웨딩을 비롯해서 여러 종류의 사진 찍는 일들도 맡아보긴 했지만, 사람들이 사진에 너무 연연해 하는 모습을 보면 좀 안타깝기도 하다. 젊음과 미가 인생의 절정에 달해있을 때의 모습을 최고로 멋있게 남겨놓는다는 것은 나름 깊은 의미가 있고 그런 생각은 존중한다. 하지만 설령 그런 생각이 있더라도 차라리 다른 날을 잡아서 photo session 을 가지는 게 낫지, 웨딩을 "사진찍는 날"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반대한다. 웨딩에 photographer 가 빠지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너무 중요하고 의미있는 날이기 때문에 사진으로 찍어서 두고두고 보면서 기억을 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히자면, 그 목적을 위해선 사진보다는 비디오가 몇배 더 valuable 한건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누가 웨딩사진을 찍어달라고 해도 ceremony 시작 전에 이곳저곳 왔다갔다하면서 포즈잡고 찍는 모델샷은 안하고 결혼식을 스케치 및 기록하는 candid 사진만 찍겠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배워야 할게 많기 때문에 타 웨딩 photographer 들이나 videographer 들의 작품들을 자주 찾아보기도 하고, 비디오를 찍으러 가면 만나는 photographer들이 어떻게 일하는가도 보는데 대부분은 그 날을 기록하는것보단 작품을 만들어 내는것에 신경을 쓰는것이 보인다. 장소나 배경이 실제로 어땠는지를 기록하는데 초점을 두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찍을지, 어떻게 하면 좀 안 예쁜 부분을 안 보이게 할지를 더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의 감정이나 표정을 잡아내기 보단 포즈부터 표정까지 다 만들어주려고 한다. 그들을 무시한다거나 그들이 잘못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커플들이 그걸 원하기 때문에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뿐일테고, 나도 결혼하기 전엔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내가 비디오를 찍고 만드는 데 있어서 최고가 아닌건 안다. 하지만 내가 내세우는 것이 하나 있다. 난 찍을때나 편집할때 어떻게 해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지를 생각하기 이전에 이 커플이 10년후에 어떤 장면이나 모습들을 다시 보고 싶어할까를 생각한다. 다른 videographer 들이 많이 하는 신랑이 신발끈 묶는 장면이라든지, 시계를 차는 장면이라든지 그런거 찍지 않는다. 신랑이 친구들이 앉아서 농담을 나누면서 웃고 있는 모습을 담는게 더 중요하다. 웨딩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친구들의 모습을 담는게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10년후에 비디오를 볼때 "아, 이 친구가 이렇게 열심히 도와줬었지. 아, 날씨가 이랬었지. 아, 내가 저렇게 긴장한 표정으로 있었었지." Artistic 보다는 journalistic approach 로 바라보는 것이다. 어떻게 찍느냐는 둘째고 무엇을 찍느냐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심지어 결혼하는 커플들은 그래도 이쁜것, 멋진것만을 고집할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알수 있으려나? 


(웨딩비디오 얘기는 서론으로 시작하려고 했던 건데, 너무 내가 passionate 한 토픽이다보니까 길어졌다. 내 비즈니스 광고를 하려던건 아닌데...)


전부터 쓰려고 생각해왔던 내용이긴 한데, 며칠전 봤던 Mark Zuckerberg (CEO of Facebook)가 올렸던 사진과, 오늘 읽었던 블로그 포스트 (링크는 여기) 하나로 인해 갑자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또 비슷한 내용의 포스트가 여기도 있었다. 이 글들을 읽고 나니까 괜히 옷 없어서 똑같은 옷만 입는 내 자신이 Mark Zuckerberg, 돌아가신 Steve Jobs 등의 레벨로 레벨업 된것 같은 말도 안되는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친한 친구들은 맨날 똑같은 옷 입는다고 대놓고 놀리지만, 안 친한 사람들은 그냥 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을수도 있다. 그렇게 놀림당하는게 싫을수도 있지만, 두 딸들을 생각하면 그냥 가볍게 웃고 넘어간다. 남자라서 더 쉬울수도 있나? 벌써 결혼을 해서 가능한건가? 뭐 어쨌건 위에 언급했던 두 글들 때문에 같은 옷 계속 입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한국은 옛날부터 모든 국민이 패션에 예민했었고, 어디든 세대가 지날수록 점점 더 패션에 예민해지는 것 같다. 패션에 집착하다가 망하지 말기를... 다들 그런건 아니지만, 몇몇 사람들은 "패션"에 지나치게 패션애트 (passionate)한 모습만 버려도 쉽게 부자될수 있을듯. 


보이는 것, 보는 것, 겉으로 나타나는 것, 그 아래에 근본이 되는 것, 더 중요한 것, 곧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에 집중하는 삶을 사는 세대가 왔으면 좋겠다. 



------------------- footnote -------------------

오랫만에 올리는 포스팅이었는데, 서론이 길어져 그냥 대충 마무리 지어버린 느낌에 약간 죄책감마져 들고, 내일 일어나서 읽어보면 "내가 뭔소리를 하려던거여?" 하고 다시 수정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그런 찜찜한 포스팅이 되어버렸다. 원래 이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장기간 휴식기에 들어가려던 계획이었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돌아와 제대로 인삿말은 하고 휴식기를 가져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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