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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Finance - Archive

47. 새 직장

by cameraman2k 2018. 7. 7.

한때는 참 아끼고 귀하게 여기던 내 블로그였는데 어느샌가 거미줄 잔뜩에다 바퀴벌레까지 나올 판이다.  나의 과거, 나의 가족의 상황, 나의 생각들 다 쏟아부으면서 "이렇게까지 공개적으로 나눠도 되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블로그였었는데... 이 블로그를 빼놓지 않고 읽은 사람이 나를 20년 알아온 친구보다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알거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블로그를 계속 꾸준히 쓰지 못하는데는 몇가지의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 글쓰는 일은 의외로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고, 시간이 없다기 보단 내가 서둘러 해야 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밀려있기에 블로그에 시간을 쓰는 게 죄책감처럼 여겨진다. 


둘째, 어느정도 "재정"에 관한 얘기를 쭉 훓어서 다루고 나니 나를 occupy 하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들은 양육, 행복 등에 관한 것인데 이 블로그에서 너무 벗어나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셋째, 내가 지금까지 쏟은 시간과 에너지에 비해 실제로 도움을 받은 사람이 너무 적은것 같아서 내 기준에서 비효율적인 에너지소모라고 판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극히  소수라면 그냥 그 몇몇 사람들과 만나거나 카톡으로 대화하는게 훨씬 나을것 같다. 


그렇지만, 어쨋건 이 블로그를 이대로 끝내버리거나 포기하는걸 옵션으로 생각해본적이 없고, 더 꾸준히 쌓아가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기에 이쯤에서 현재 상황 등을 업데이트하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번 포스팅을 쓴게 12월 중순이었는데, 딱 그 글을 쓰자마자 나와 우리 가족은 순식간에 회오리를 타고 정신을 차려보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 와있었다. (노엘이가 애기때 즐겨보던 Wizard of Oz 가 갑자기 생각난다.) 난 꽤나 여유롭게, 그리고 자유롭게 비디오/사진 일을 프리랜스로 하면서 income이 많진 않아도 affordable housing (혹은 low income apartment) 에서 살기엔 부족하지 않았고, 막내딸이 두살이 되어서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 그때부터 제대로 CPA 공부도 하고 일도 알아봐야지 라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아파트에서 일이 꼬이더니 딱 두달이 지나고 보니까, 새로운 집에 살고 있었고 CPA 사무실에 일하는 회사원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우리집은 또 하나의 유치원이 되어있었다. 


내가 CPA 사무실에 들어갔다는건 남들에겐 그냥 job 을 새로 잡은 정도에 지나지 않게 들릴수도 있지만, 나는 그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약간은 어이없기까지 했다. 물론 내가 상상하던 미국회사가 아닌 한국회사였고, 따라서 내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던 액수의 월급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타협한 것이 되었고, 여러가지면에서 mixed feeling 이 있긴 했는데, 어쨌거나 내가 졸업후 거의 12년동안 "나 잘할수 있는데... 기회만 한번 줘 보지..." 했던 생각이 드디어 현실로 왔다는게 놀랍기만 했다. 인터뷰 볼때 probation 기간동안 일을 하는거 보고 통과를 하면 정직원으로 채용한다는 말에 "제가 일을 잘할지 못할지에 관한 걱정은 안하셔도 되구요"라는 식의 당당한 대꾸를 했었는데 지난 5개월동안 나름 그렇게 말한것에 부끄럽지 않게 하고 있는 중인것 같다. 


내가 12년동안, 아니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도 한결같이 생각했던 대로 역시 이 일은 나한테 정말 잘 맞는 일이며, 내가 잘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더 많은 responsibility 가 생기면 좀 달라질순 있겠지만... 그리고 내가 누누이 강조하고 싶었던것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경력이 CPA 사무실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이었는데, 그래서 내가 CPA office 인터뷰를 보러 가도 그냥 무경력으로 간주해버리는것이 억울하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그것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는걸 한없이 깨닫는다. 심지어 USCIS (이민국) 와 IRS 는 통화대기 음악도 같은걸 쓰는거 같다. 



얘기가 한없이 길어지고 있어서 좀 억지로 끊을때가 된것 같다.  결론으로 말하자면, 매달 지출이 늘어나게 되서 급하게 일을 찾게 되었고, 예상보다 1년이나 일찍 풀타임 일을 시작은 했는데 개인 비즈니스할때와 별 차이없는 액수의 월급이라 아직도 웨딩비디오 문의가 들어오면 왠만하면 yes 를 하게 되고, 아직도 주일에는 교회에서 팟타임으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밤이고 주말이고 항상 할일은 많고, 더더욱 빨리 CPA 시험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생겼는데도 그럴 시간은 없다. Baby Step 2: Debt Snowball 을 끝낸지는 벌써 몇년이 지났는데 그 후로 Baby Step 3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무한 정체되고 있었다.  Baby Step 3가 얼마나 어려운지, (특히 California 에서 살고 아직 집을 렌트하고 있는 상황인 사람들에게) 그리고 어떤 딜레마가 있는지 그런거는 조만간 다음 포스팅에서 나눌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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