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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Finance - Archive

28. 자녀를 갖는다는 것

by cameraman2k 2015. 8. 23.
"자녀를 갖는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걸 들어본 적은 많이 없다. 크리스챤들 사이에서 쉽게 들을수 있는 그냥 단순히 “인생은 하나님이 만드시는 거야” 혹은 “하나님이 주시면 갖는거지”라는 말 속에는 내가 원하는 답은 없었다. 생육하고 번성하는것이 인류에게 주신 하나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그러는게 맞는거라는 건 알지만, 그게 부부들이 자녀를 갖는 솔직한 이유는 아니지 않을까. 신혼부부에게 자녀를 갖고 싶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뭘 그리 당연한걸 묻냐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생명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라 하나님 주관이고, 원한다고 해서 다 임신이 되는게 아닌건 확실하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것은 우리가 자녀를 갖지 않을수 있는 선택권 또한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자녀를 갖는 건 우리가 “결정”하고 하나님이 “허락”하신다고 이해하면 맞지 않을까도 싶다. 

난 평범한 남자이다. 당연히 자녀를 갖고 싶었고, 그리고 결혼해서 두 딸을 갖게 되었다. 두 딸은 최고의 선물이고,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우리 부부가 나이가 들었을때 자녀들 때문에 심심하지도 않을 것이고 계속해서 행복한 날들이 많을거라 기대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자녀를 갖고 싶었던 솔직한 이유이다. 내가 행복한 것. 철저히 “나”를 위해서였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도 둘을 낳기 전까지는 그다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였었다. 지금은 좀 다른 perspective 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결혼하고 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자녀는 몇 낳고 싶은지이다. 그리고 둘을 낳고 나니까 셋째 원하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딸이 둘이다 보니까 아들 갖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 그리고 내 주위 친구들이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서 자녀를 또 갖고 싶은지, 언제 갖고 싶은지, 갖게 되면 아들을 원하는지 딸을 원하는지 이런 얘기들이 쉽게 오고간다. 대답은 대부분이 비슷하다. 딸 둘 가진 아빠로써 아들을 갖고 싶어하는 이유는 뻔할 것이다. 자기가 남자니까 남자끼리만 통하는 것들이 있고, 아들과 함께 할수 있는 activity들이 많으니까. 아직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나는 딸보다는 아들에게 더 좋은 아빠가 될것 같아.” 더 나아가서 “우리 부부한테 태어나는 자녀는 행복할거 같아서 애를 갖고 싶어”라는 말은 더더욱 들어본적이 없다. "나에게 한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행복할까”라는 질문보다는, "나라는 아빠의 아이로 태어나게 되는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 될까" 라는 질문이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자녀들은 선물이긴 선물인데 옷이나 전자제품같은 선물이 아니다. 선물인데 그들 또한 하나의 존재가 되며, 하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또한 같은 생각의 결과로 태어나서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까. 

이 세상을, 또 이 시대를 유심히 관찰해본다. 아이를 낳는 다는 것은 이렇게 지나치게 위험하고 불안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인생을 내 개인적인 욕심때문에 만든 것일수도 있다. 아무리 축복받은 인생을 살고 행복한 일이 둘러쌓여있다해도, 인생 어느 시점에선 “살아가는게 참 힘들다”라는 생각 한번쯤 다 해보지 않을까.  그건 부모의 잘못도 아니고, 본인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이 세상을 살아가는게 쉽지 않다는 fact 에 의해서 드는 생각일수 있다.  

인생은 힘든게 있기 때문에 더 큰 즐거움과 기쁨이 있을테고, 고난을 통해 더 성숙해지는 것일테고, 고통을 겪어야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이끌어줄수 있는 인생선배가 될수 있을것이다. 더 많이 힘들수록 더 많이 성숙해질수도 있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위로해 줄수 있는 사람이 될수도 있다. 근데 어느 정도의 힘듬이 연단이 되고, 어느 정도의 힘듬은 상처 또는 쓴 뿌리가 되는 것일까. 그게 “정도”의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자라왔는지에 따라서 같은 경험이 “연단”이 될수도 있고, “상처”가 될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내가 우리 두 딸들은 크게 힘든것 최대한 없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어쩌면 온전한 축복, 행복이 아닐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결정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인생이 “죽고 싶다” 또는 “살기 싫다"라는 말을 하는 걸 듣는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한 인생이 자라나는 것은 아무리 부모가 노력한다해도 부모의 영향력이 100%일수는 없다. 어느정도는 주위의 사람들과 환경에 맡길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가 할수 있는건 어차피 없으니까 너가 알아서 잘 살아나가렴” 할수도 없는 것이고, 세상의 모든 고난들 내가 다 일일히 막아주고 대신 해쳐나가주고 할수도 없는 것이다. 

난 우리 딸들한테 벌써부터 많이 미안하다. 이 세상 살아가는게 힘들거 아니까. 슬퍼서 우는 날도, 아파서 우는 날도 많을테고, 상처도 받을테고, 어쩌면 살면서 어느 순간에는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고... 불완전한 인간들이 어울려 살아가기 때문에 피할수 없는 것들.  게다가 점점 더 악해져가고 위험해져가고 있는 세상이니까. 나는 내 딸들한테 미안하지만, 이 세상이 내 딸들을 봤을 때는 “태어나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면 좋겠다. 이 세상이 더 악해져가고 위험해져가는 이유는 우연도 아니고, “어쩔수 없이 당연한것”도 아니다. 내 자녀가 나보다 더 이기적이고 악해지면, 그게 세상이 악해지는 것이다. 내가 받은 상처를 내 자녀에게 전해주면 그것은 더 커지고, 그 열매는 더 쓰게 될것이다. 세상의 관점에서 크게 봤을 때 태어나는 것보단 안 태어나는 게 좋았을뻔 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안 태어나는 것보단 태어나줘서 감사한 사람의 수가 늘면,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아름다워질거라 믿는다. 다만 그래보일것 같지는 않고, 내가 혼자 이런 생각하고 떠든다고 해서 뭐 크게 달라질것도 없다. 

자녀가 돈 잘벌고 풍요롭게 살고 행복하게 살게 되어서 부모가 보기에 자랑스럽고 기쁘고 마음이 놓일지라도, 세상이 봤을때 “태어나지 말았었더라면”하고 바라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부모로서 가슴을 치고 눈물흘려야 할 일이다. 근데 누구나 그렇듯이 세상이 나빠지는것을 보고 불평은 잘하지만, “나의 행복” 챙기기 바쁘지 세상까지 신경써줄 겨를은 없다. 그러면서 이 세상은 또 세대가 지날수록 악해지고 위험해지고 있는 중이다. 

대신에 “나의 행복”에도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 또한 나의 부모에게는 “자녀”이고, 그 이전에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나의 행복은 내 인생에도 유익할 뿐더러 나의 부모,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하나님께도 기쁨이 될것이다. 내 행복을 추구하되 but not at the expense of other people’s happiness.  

인터넷에서도 자주 접하지만, 자녀를 학대하거나 자녀를 버린다거나 하는 것들은 “인간”으로 분류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이렇게 저렇게 살다 보니까 어느새 부모가 되어버렸다 하더라도 나로 인해서 이 세상에 나온 인생을 위해서 최선의 책임을 다하는건 인간의 가장 우선된 도리일텐데... 어쩔때는 내가 "자녀양육"문제에 있어서 너무 필요이상으로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는건 아닌가 싶을때도 있긴하다. 그래도 이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과 자녀양육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그 반대인것보단 낫지 않을까. 

이런 종류의 글은 올리기 참 쉽지 않은 글이다. 내 생각이나 관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좀 더 자녀들이 크고 나면 또 다른 깨닫는게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냥 두 꼬맹이들의 아빠로써 들게 되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본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자녀를 갖지 않은 독자라면 한번쯤 이런 각도에서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은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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